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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피스(베르세르크)

뤼케 2020. 8. 2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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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세르크>의 등장인물이자 또 다른 주인공으로, 매의 단의 단장.

 

한 때 가츠를 친구를 넘어서 가장 사랑했던, 그리고 현재는 다섯번째 고드 핸드인 페무토이기도 한[7], 가츠의 영원한 숙적이자 악연. 그리고 오래전부터 예언된 세계를 멸망시킬 검은 매[8], 거의 모든 사도들에게 사랑받는 존재. 사도 중에서도 가장 강한 고드 핸드의 일원이고, 압도적인 강함으로 자신을 따르게 하는 점이 폭력같은 기본적인 욕망에만 매달리는 사도들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최고의 존재다. 특히 현재의 매의 단은 부활한 빛의 매 그리피스의 강함을 보고 그를 존경하여 따르는 집단이라서 인간과 사도가 섞여있다. 작중에서 최강의 강자로 여겨지는 쿠샨 제국의 황제 가니슈카 대제, 불사신 조드와 종교적으로 봤을때 신의 대리자로 여겨지는 최강의 권력자인 교황도 그리피스를 따르게 되었으며 그토록 바래왔던 자신의 나라인 팔코니아를 세운 후에는 순수하게 그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매의 단 시절 용병단으로써 미들랜드군에 합류해서 전쟁에서 이겨서 수많은 사람들을 구했던 과거를 이용하여 무수히 많은 지지를 받고있다.

 

인간

수적 열세 상황에서도 나이에 맞지 않은 전략 전술의 노련함으로 우세를 보이며 몇 번이고 승리하면서 자신이 이끄는 일개 용병단과 개인 전략만으로 일구어낸 돌도레이 공략으로 그 정점을 찍었을 정도로 용병술이 출중했고[9], 아무리 부상당한 상태였다지만 어릴 때부터도 매우 강하던 가츠를 검술로 일방적으로 농락했거나 얇은 사브랑 칼로 사도인 불사신 조드의 팔을 단신으로 동강낼 정도로 개인 용력도 엄청났기에 장수와 지휘관으로서의 자질은 그야말로 명장에 가까웠다. 그 이외에 빼어난 용모와 더불어 귀족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기개 및 당당함을 보여주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로 많은 주변인들의 호의를 사는 동시에 반감을 품는 보수적인 귀족들을 사전에 파악하여 미리 축출하는 둥 개인적인 매력과 카리스마와 처세술, 통찰력도 대단했으며, 평민 출신인 만큼 지식 수준은 보잘것없었던 것이 틀림없었음에도 상류 사회의 교양을 쌓기 위하여 역사, 종교, 철학, 화학 분야의 여러 두꺼운 책들을 분야를 막론하고 다독할 정도로 지식 습득력도 상당한 둥, 관심을 가지는 거의 모든 분야에선 그야말로 먼치킨에 다름없었다.

예외적으로 자신을 떠나려는 가츠와의 마지막 결투에서 검술로 밀린 경우가 있는데, 이 부분은 비슷한 예시로 기동전사 건담 - 역습의 샤아의 샤아(그리피스)와 아무로(가츠)를 생각하면 쉽다. 가츠는 돌격대장 역할을 맡으면서 항상 최전선의 선봉으로 적을 돌파하기에 작 중 인물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야말로 매 전투마다 수라의 길을 헤쳐나온데 반해, 매의 단이 성장할 때 마다 차츰 일선에서 멀어져 대군을 지휘해야 하는 비중이 커진 그리피스는 전투에서 가츠보다 상대적으로 실전적인 경험이 적을 수 밖에 없으며[10], 전쟁 이외의 상황에서도 가츠는 여유가 있을 때 마다 검술 연습에 매진하는 것과 달리 자신은 상기했던 것처럼 교양 연마를 위해 책을 탐독하거나 왕실의 부름을 받고 귀족들과 대면하는 일이 많은 둥, 환경이 가츠에 비해 좋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도 마지막 가츠와의 일기토 직전에 재빨리 자신의 불리한 입장을 판단하고 이길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을 짜는 냉철함을 보여주는 둥, 결코 가츠에게 일방적으로 뒤지지 않는 수준의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고 재평가할 만 하다.

 

고드 핸드

현세에서 홀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존재. 그야말로 절대자였습니다.
- 시르케
그것은 단지 내 앞에 서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나는 혼란에 빠지고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것처럼 정신이 멀어져 무릎을 꿇었다. 차원이... 달라. 설사 몇백몇 천의 요수병. 몇십만의 군사를 동원한다 하더라도 그것에 상처 하나 털끝 하나 떨어뜨리는 건 불가능해
- 가니슈카 대제
페무토가 된 이후엔 베르세르크 세계관 내에서 거의 최강자에 가까운 존재가 되었다.[11] 그 힘은 여태 나온 사도 중에서도 거의 최강 수준인 가니슈카 대제도 수만 명의 군사를 동원해도 그리피스에게는 상대가 못 된다고 할 정도.

때문에 베르세르크의 빠질 수 없는 매력으로 손꼽히는 것이 이러한 절대적 존재에 대항하고 저항하며 몸부림치는 한 인간의 처절한 스토리라고 언급할 정도. 애초부터 일부를 제외하곤 대다수의 사람들은 주인공이 그리피스를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조차도 안 할 정도.

구체적으로 페무토가 되면서 구사하는 능력은 공간 조절인 듯하다. 일식 때도 손짓 한 번으로 공간을 찌그러뜨려 다수의 사도를 핏덩이로 만들었고, 해골기사의 환수의 검을 한 손으로 받아내어 공간 굴절로 대제에게 향하게 하는 게 나온다.

 

인물상

길고 구불거리는 은발과 벽안을 보유한 귀공자풍 꽃미남. 이 덕분에 샬로트 공주와 소냐를 비롯한 여자들에게 대단히 인기가 많다.

다만 처음 페무토로 등장한 장면에선 말을 험하게 하는 사나운 이미지로 나오다가[12][13] 막상 매의 단을 이끌던 시절에는 한없이 지혜롭고 사려 깊고 이해심 많은 자상한 이미지로 나와 캐릭터의 변화가 심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고드 핸드가 됐으니 당연한 거다. 그리고 애초에 그리피스는 겉으로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그 어떤 일도 서슴치 않고 보통 사람들과 다른 초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실상은 매의 단 자금을 위해 늙고 추한 노인에게 몸을 파는 등 예전 캐스커가 목격했던 것과 같이 남 모르게 괴로워하며 고독을 떠안은 불안정성을 품고 있었다. 사실상 이런 공백을 가츠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츠는 떠났고, 이는 그리피스를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결과로까지 몰아붙였을 공산이 크다. 다만 맨 처음 페무토로 나왔을 때의 사나운 이미지는 이와 매치가 안 될 수 있는데, 아마도 이 때는 과거의 그리피스의 인물상에 대해 제대로 정립이 안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굳이 이를 과거의 심리에 맞춰 설명하자면, 자신의 꿈을 망가뜨린 원인을 제공했다고도 할 수 있는 가츠에 대한 질시의 감정이 작용했거나 혹은 그에게 얽매여있던 예전의 자신을 완전히 털어내고자 하는 반동이라 해석된다. 실제로 가츠를 죽일 마음이 있었다면 그로서는 결단으로 옮겼을 터인데, 그저 '죽일 가치도 없다'는 식의 폭언을 퍼붓는 것은 충분히 자기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자기 방어 기제로 보인다.[14] 또한 초반 동료들의 묘사에선 냉정 침착에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지략가, 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한없는 인물임에도 느닷없이 앞뒤 안 가리고 충동적으로 샬로트 공주와 관계를 가져 순식간에 파멸로 치닫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그리피스는 가츠에게 매우 의지하다가 그가 떠나니 멘탈이 나간 것이기 때문. 물론 그리피스가 워낙 직접적으로 속내를 드러낸 적도 잦지 않으며, 표면적인 행동으로도 심리를 파고들어가기 어려운 인물이라 대개 조심스러운 유추에서 머문다.

인간이었을 시절에 이 세계엔 인간의 지혜를 훨씬 뛰어넘은 신의 손길이 있지 않을까, 선택받은 운명이라 하는 특권계층이 있지 않을까 고찰하며 그에 대해 갈망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나라를 손에 넣고자 했던 꿈 역시 이러한 갈망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스스로의 의지로 운명을 이겨나가는 가츠와 대비되는 모습.

아마 묵시록의 짐승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캐릭터인 것 같다. 한 번 죽은 것과 다름 없는 상태까지 갔다가 다시 살아난 것,[15] 그리고 세상의 평화를 가져다 줄 것처럼 보이고, 또한 사실은 악의 존재임에도 많은 사람들의 추종을 받고 구세주라 여겨지는 존재라는 점, 그리고 죽은 사람과 만나게 하는 등의 기적으로 사람들의 숭배의 대상이 된다는 점, 마지막으로 법왕청의 숭배의 대상인 하얀 매를 흉내낸 존재라는 점 등에서 묵시록의 짐승과 비슷하다.

팔코니아를 세운 현재 그의 상태를 한줄로 요약하면 '악인이지만 욕망을 위해서 행하는 일을 선행으로 현혹하여 추앙받는 사기꾼'이다. 그리피스의 모든 행동원리는 자신의 사욕 충족에 있으며, 우매한 이들의 숭배의 대상이 되도록 이미지 메이킹 하는 것 또한 그의 목적을 위해서다. 아이러니하게도 '왕'이 되는 것이 그리피스의 소원이었기 때문에 악인이면서도 마치 정통파 구원자나 할 법한 행보를 걷는 것 처럼 보인다는게 특징.

 

성지향성

그리피스의 성적 지향에 대해서는 이래저래 말이 많은 편이다. 이 모든 논란은 가츠를 향한 그의 집착 때문으로, 가츠가 떠나자 샬로트 공주와 관계를 가져서 스스로의 몰락을 초래하는 등 양성애자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 가츠를 친구처럼 생각하진 않는다는 뉘앙스의 말을 이미 했다.[16]

캐스커를 좋아했다는 말도 있지만, 본편을 자세히 읽어보면 오히려 정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식 때 그리피스가 캐스커를 범한 다음 캐스커는 이형의 아기를 낳는다. 하지만 본디 가츠와 캐스커의 아이였던 그것은 마물 비슷한 것으로 변질되어 있었고, 그걸 본 해골기사가 "너희 아이를 마에 물들게 한 건 그 새로운 고드 핸드(그리피스)의 짓이다"라고 한다. 즉, 그리피스가 캐스커를 범한 건 둘의 아이를 망쳐놓기 위해서이며, 자신에게서 가츠를 뺏어간 캐스커와 자신을 등지고 떠난 가츠에 대한 보복이라고 볼 수 있다.[17] 그리피스가 여자를 안을 땐, 샬로트 공주부터가 그 여성 자체를 원한 것이 아니었다. 샬로트 공주를 안은 것도 가츠로부터 받은 충격 때문이었다. 가츠와 캐스커의 애정행각을 보자 폐인 상태에서 캐스커를 안으려고 시도한 거나, 페무토가 되어 가츠의 눈 앞에서 캐스커를 범한 것도 캐스커 자체가 이유가 아니라 가츠의 여자이기 때문에 가츠를 의식해서 한 일일 가능성이 있다.[18][19]

또한 가츠한테는 "널 원해"라는 대사를 듣고 난 후 가츠가 "그쪽 취향이냐?"라고 물어봤을 때 딱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또 "널 위해 뛰어드는데 하나하나 이유가 필요한 건가" 등의 말들을 다 해놓고서, 정작 캐스커한테 관심을 보이는 장면은 그다지 많지 않다. 캐스커가 가츠한테 "그리피스는 누구에게도 그런 소릴 한 적이 없어"라고 화를 냈을 정도니 할 말 다 했다. 물론 캐스커가 드레스를 입자 '드레스 예쁘구나' 라고 말해주긴 하지만, 그것마저도 사전에 가츠가 그런 언질을 주었기 때문이다. 감옥에서 구출된 후에는 가츠와 캐스커의 애정행각을 볼 때마다 눈을 번뜩이는 연출이 강조돼서 다소 의아하게 느껴지지만, 이 또한 '캐스커를 빼앗아간 가츠에 대한 질투'가 아니라 '가츠를 빼앗아간 캐스커에 대한 질투'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핵심은 '나를 바라보지 않는 가츠에 대한 분노'이다.

애초에 "오직 너만이 꿈을 잊게 해줬다" 하며 떠올리는 것도 가츠의 모습이요, 감옥에 갇혀서 가츠를 떠올리며 '수없는 이들 중에서도 오직 그 녀석만이 내 안에서 저 성보다도 더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다'라고 하는 것을 보면... 게다가 황금시대 편 내내 항상 냉정하고 침착했던 그리피스가 충동적인 행동을 했을 때에는 언제나 그 중심에 가츠가 있었다. 그 말고도 그리피스가 옥에 갇히고 가츠가 궁지에 몰린 매의 단과 재회했을 때 리케르트가 "그리피스는 아마 가츠를..." 하고 말하는데 쥬도가 그것을 제지하는 장면이 있었다. 다른 장면들이야 집착이 강한 우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건 아무래도...

게다가 그리피스는 가츠가 떠난 실연의 아픔을 왕녀에게 해소하려고 했지만, 시종일관 가츠를 떠올리며 씩씩거렸다. 오히려 샬로트 공주와의 검열삭제는[20] 가츠가 떠났다는 것만 재차 확인만 한 셈이었다. 한술 떠서 그를 잃어버린 게 상당히 서러웠는지 눈물을 흘리고 태아 자세로 몸을 웅크린다. 후에 고문당한 그리피스를 구출 후 캐스커가 매의 단에 남겠다고 하는 걸 엿들었을 땐 별 연출이 없었는데, 캐스커가 가츠에게 '네가 그리피스와 대등한 자라면 그리피스를 떠나서 네 길을 가'라고 하는 것을 듣는 장면에서는 눈을 크게 뜨고 경악하는 연출이 있었다.[21][22]

또한 극장판에서 매우 강렬히 나오는데, 캐스커를 강제로 겁탈하면서 그리피스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가츠의 반응만을 살핀다. 이는 캐스커에게 욕정이 있다기보다는 가츠를 도발하기 위해서 한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원작에서도 마찬가지로, 캐스커를 겁탈할 때 눈빛은 시종일관 냉정하게 가츠를 보고 있었고, 부하들이라 할 수 있는 마물들이 그리피스 바로 앞에서 가츠를 붙들고 있다. 거기다 캐스커 몸을 앞으로 돌려 가츠를 향하게 하기도 한다. 원작에서도 가츠에게 일부러 보여주기 위한 겁탈로 보인다. 이 때 범해지면서도 상대가 사랑하고 동경했던 남자인 그리피스라 캐스커가 자기도 모르게 절정에 이른 듯한 묘사가 있는데, 몸이 가츠 쪽으로 돌려져 가츠와 눈이 마주친 캐스커가 '보지 마'라고 하는 것이 그녀가 제정신에서 한 마지막 말이 되었다.

하지만 가츠에게 연심을 품고 있다면, 와이얼드와 싸울 때 캐스커가 쓰러진 가츠에게 울며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해서 눈여겨보며 그녀가 와이얼드에게 능욕당할 때 분노하던 것이나, 나중에 폐인이 된 상태에서 캐스커를 안으려고 했던 것과[23][24] 일식 바로 직전 백일몽을 꾸면서 캐스커가 부인으로, 가츠가 아들로 등장하는 점이 아리송해진다. 이는 그리피스의 무의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장면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다만 이는 가츠가 떠난 현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장면으로 해석이 가능하며, 자식의 이름을 가츠라 지은 것부터 가츠의 존재를 떨쳐낼 수 없었음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25] 또는 그리피스가 본 미래는 그의 마음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만약 페무토가 되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걸어가게 될 진짜 미래를 짐작하거나 예지, 혹은 마법적인 힘에 의해 보게 된 것일 수가 있다. 그 장면에서도 그리피스는 캐스커에게 부인으로서 애정을 갖고 있다기보단 어쩔 수 없이 안식을 받아들인 무덤덤한 모습이다. 실제 생각의 내용도 '이런 안식도 나쁘진 않군' 정도. 여러 모로 캐스커에게 보이는 모습은 가츠에게 보인 집착과는 전혀 다른 모습. 이런 점을 미뤄보아 혹자는 얀데레의 신이라고도 한다(...). 데빌맨의 아스카 료와 유사하게 볼 수도 있어 비교 당하기도 한다. 덕분에 이런 점만 크게 부각되어 가츠와 2차 창작물들에서 여러 의미로 엮이는 중이며, 이는 베르세르크 2차 창작물의 거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해도 무방하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리피스가 인간성이 남아있던 시절의 기준으로, 페무토로 재탄생한 이후에는 숙원[26]을 제외한 모든 인간성과 감정을 송두리째 버렸기 때문에 황금시대 이후의 그리피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그래도 페무토가 되자마자 처음 한 일이 가츠 앞에서 캐스커를 범하며 그를 도발하는 행동이어서, 페무토가 된 후 가츠에 대한 의미가 완전히 없어졌나 하는 것엔 의문이 생긴다. 물론 이 행동도 인간성을 제대로 버리기 위한, 혹은 그것을 의미하는 행동일 수도 있는데, 폐인일 때 가츠와 캐스커의 애정행각을 보고 캐스커를 덮치려 했는데 페무토가 되자마자 이를 실행한 걸 보면 인간일 때와 비슷한 심리(가츠에 대한 집착과 캐스커에 대한 질투)로 이루어진 행동일 수도 있다.

또한 탄생제의 장 마지막에서 리케르트를 찾아온 그리피스에게 달려드는 가츠와 이를 막는 조드 사이의 싸움에서 위험에 빠진 캐스커를 구하고, 자신의 피는 얼어붙었음이 분명한데 캐스커를 위해 몸을 던진 것은 자신의 육체의 매개체가 된 태아의 영향[27]이라고 독백한 것으로 보아서는 인간성을 완전히 잃은 것 같지는 않다. 그리피스가 캐스커와 가츠 사이에서 만들어진 태아의 육신으로 현세에 강림했으며, 그 아이의 부모에 대한 마음이 그리피스 안에 조금이나마 살아있다면 이는 아주 큰 복선이 될 것이다.

 

가츠와의 관계

그래... 몇 천의 동료, 몇 만의 적 가운데서 단 한 사람... 유일하게 너만이 내게 꿈을 잊게 했다.[28]
- 그리피스
그리피스는 가츠에게 친구도 부하도 아닌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인다. 샬로트 공주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그녀 앞에서는 자신의 동료는 친구가 아니면 부하라는 식으로 말하긴 했지만, 그리피스는 양면적인 성격[29]을 가졌고, 친구냐 부하냐의 구분은 그리피스의 양면적인 성격 중 꿈을 갈망하는 비정한 성격의 단면일 뿐이다.[30] 가츠를 생각하는 마음은 이분법적 구분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켜옴으로 자기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그로 인해 고독과 자기연민을 느끼는 그리피스의 감정 또한 결합된 것이었다. 그런 그리피스는 자신의 어두운 내면과 연약함을 부하나 친구로서의 존재가 아닌 가츠를 통해 버틸 수 있었다. 그리피스가 자신을 죽이려 한 왕비와 귀족들을 모두 죽인 뒤 "나를 지독한 놈이라고 생각하지 않아?"[31] 라고 가츠에게 말하는 것은 가츠를 자신을 우러러 보는 부하나 대등한 친구로서의 대상이 아닌 특별한 감정으로 대한다는 증거이다. 하지만 가츠에게 그리피스의 모습은 눈부신 동경의 대상이었고, 그리피스에게 삶을 부정당한 것과 그가 생각하는 친구의 의미를 들은 가츠는 그에게 친구로써 대등해지고 싶다는 생각에 지배당하고 그리피스가 불안을 안고 있다는 것을, 그 불안을 가츠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이 떠남으로 그리피스가 망가진 다음에야 캐스커를 통해 그리피스가 꿈을 잊은 채 자신에게 의존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32]

사실 자신도 가츠에 대해 결코 잃고 싶지 않은 존재로 여기고 있음은 행동이나 자신의 언행으로 충분히 나타나긴 했지만, 이별의 결투까지만 해도 스스로 원하는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거나 정립된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의식이 아닌 표면적 의식에서는 드러나는데 결투 당시에도 생각으로 '그렇게 자신을 떠나고 싶은건가' 가츠를 원망하며 '안돼! 차라리 널 가질 수 없으면 차라리 네가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느꼈으니 그리피스 답지 않은 얀데레적인 면모를 지나치게 보인다. 아무튼 그 시점까지도 성공에 대한 욕구, 가츠를 자신이 지배하고 싶은 욕구, 가츠에게 의존하고 가츠 그 자체를 원하는 욕구 모두 갖고 있었지만 그 자신에게 있어 어떤 것이 가장 큰 우선순위인지 정확히는 깨닫지 몰랐다고 봐야한다.

결과적으로 그리피스가 가츠에게 얼마나 의존하고 있었는지는 가츠가 떠나고 난 뒤 그리피스가 파멸하는 과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9권에서 샬로트를 잃은 고통을 이야기하는 국왕을 통해 가츠를 잃은 그리피스의 마음 또한 어땠을지 짐작할 수 있는데, 꿈의 크기가 거대했던 만큼 그리피스는 미들랜드 국왕처럼 많은 것을 짊어져야 했고 고독했으며[33], 국왕이 샬로트에게 의지하며 견뎌온 것처럼 그리피스는 가츠에게 의지하며 견뎌왔다. 즉 가츠를 잃은 그리피스의 슬픔은 샬로트를 잃은 국왕의 슬픔과 유사한 것이다. 국왕의 무거운 의무와 책임감을 견디기 힘들었고 오직 샬로트만이 자신의 온기였다며 자신의 무력함과 비참함을 토로하는 국왕을 보며, 그리피스는 자신 또한 그러하였음을 알기에 구역질이 난다며 쓴웃음을 짓는다.자기 혐오

이후 국왕이 타락하여 샬로트를 덮치려는 추태를 보인것과 마찬가지로, 그리피스 역시 페무토로 타락한 이후 자신의 소중한 존재들인 캐스커를 강간하며 가츠를 눈초리로 조롱한다.[34]

그리고 10권에서 감옥 안의 그리피스는 오직 가츠에 대한 혼재된 감정만을 느끼고, 가츠에 대한 갈망이 꿈을 잊게 할 만큼 커졌음을 자각한다.[35] 가츠가 그리피스를 구하러 왔을 때 그리피스는 자신을 버린 가츠에 대한 원망으로 가츠의 목을 조르려 하지만, 떨면서 흐느끼는 가츠를 보며 그리피스의 눈에도 눈물이 고이고 목을 조르던 손으로 가츠의 손을 잡는다.[36]

11권에서 그리피스가 가츠에게 갑옷을 입혀달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그리피스에게 있어 가츠는 갑옷을 입혀주는 것처럼 자신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가츠가 없는 그리피스는 갑옷도 없이 전장에 나간 것처럼 무력한 상태인 것이다.[37]

그리피스가 고드 핸드가 된 동기에도 가츠에 대한 감정이 작용했다. 12권에서 "모두들 약해. 약하니까 다른 사람이나 꿈에 이끌리는 거야. 따르는 것을 잃은 사람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난 누군가 곁에 있어줬으면 했어" 라는 캐스커의 말이 나오고, 이후 '누군가가 곁에...'라는 독백이 나오며 캐스커가 그리피스의 붕대를 갈아주는 장면은, 그리피스도 약해질 대로 약해진 채로 누군가(가츠)가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베헤리트를 찾기 전 캐스커가 가츠에게 '저렇게 떨고 있는 그리피스를 놔둘 수가 없다'며 같이 떠날 수 없다고 하자 가츠는 그렇다면 자신도 남겠다고 한다. 마차 안에서 엿듣던 그리피스는 아기처럼 웅크린 채[38] 가츠가 남겠다는 말에 기대를 하지만, 캐스커는 가츠에게 프롬도스관의 일[39]을 기억하냐면서 니가 그리피스의 친구라면 혼자서라도 가야 한다고 말한다.[40][41][42] 가츠와 캐스커의 이야기는 강렬한 자극이 되어 그리피스는 자신이 잊고 있었던 꿈을 기억해내게 된다.[43] 그리고 베헤리트라는 가능성을 찾게 되는데, 이때 자신을 구하기 위해 다가오는 가츠에게 오지 말라며 소리치며 "두 번 다시 널..." 이라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베헤리트는 피눈물을 흘리며 일식이 강림한다.[44][45][46][47]

그리피스가 가츠를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가츠는 떠날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이유는 현재까지는 밝혀진 게 없는데, 아마 가츠의 슬픈 과거 때문일 수도 있다. 누군가 자신의 몸을 만지면 도노반에게 강간당했던 일이 떠올라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그리피스의 이면은 가츠에게 두려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자극이었을지도 모른다.[48] 1년간의 수행 후 캐스커를 마주했을 때, 가츠는 그제서야 극복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과거가 아직도 족쇄로 남아있음을 알게 됐고 도노반, 감비노에 대한 아픈 기억도 캐스커에 의해 치유받게 된다. 그리피스를 떠난 뒤 돌아오고 난 다음에야 가츠가 치유받는 장면이 나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어째서 모든 것이 끝난 후에 깨닫게 되는 걸까'라는 가츠의 독백도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랑이나 우정 같은 인간적인 감정은 쓸모없는 것이라 생각해서 애정을 갈구하는 자신의 본심을 억누르며 살아왔기 때문에, 그리피스가 자신에게 의존하는 나약한 이면을 보며 똑같이 나약한 자신을 겹쳐보는 게 싫었을 수도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가츠가 가진 열등감으로 추정된다. 초기 그리피스와 가츠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단장과 부하였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조드와의 결투를 기점으로 서로의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피스는 조드와의 싸움에서 죽기 직전까지 몰린 가츠를 구하고 부상을 입는데, 가츠는 대체 왜 그런 행동을 했냐 묻고 그리피스는 널 구하기 위해 하나하나 이유가 필요하냐며, 너를 위해 목숨을 내거는 건 당연하다는 태도를 보인다.[49] 이때부터 단장과 그 부하라는 관계가 서서히 무너지고 그리피스를 대하는 가츠의 태도도 사뭇달라진다. 달리 말하면, 가츠가 그리피스를 친구라고 생각하게 된 것.[50] 그러나 상술 했듯이 프롬도스관에서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가츠는 그리피스의 친구(대등한 자)조차 아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게 된다. 늘상 대단하다고 표현했던 그리피스가 자신을 특별하게 대하는 것을 내심 기쁘게 받아들이던 가츠는 충격을 받고, 새삼스럽게 자신과 그리피스의 거리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일종의 열등감에 가까운 감정은 캐스커와의 대화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51] 결국 가츠는 그리피스와 대등한 존재가 되고 말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자신도 꿈을 위해 기투하는 삶을 살아보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이는 자아실현이 아니라 그리피스와 대등한 자가 되겠다는 수단과 목적이 전도되버린 결정이었다.[52] 때문에 자신의 지향점인 대단한 존재(그리피스)가 매의단 운영비를 위해 늙은이에게 몸을 팔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자존심으로 똘똘뭉친 그리피스가 그럴리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그리피스가 "날 지독한 놈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라고 물어 봤을 때 조차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웃어넘긴 것이다. 또 자신이 떠난 뒤, 그리피스가 반 폐인이 되었다는 캐스커의 말에 정신줄을 놓고 화를 내면서 '그 그리피스가 그럴리 없다' 부정하는데, 마찬가지로 '대단한 존재'라는 대전제가 깔려있었다. 즉 가츠는 자신의 열등감에 지배되었고, 이 때문에 그리피스가 안고 있던 내면의 불안을 상상조차 못했으며 이를 거부했던 것.[53]

결국 그리피스는 가츠를, 가츠는 그리피스를 자신의 가장 큰 이해자로 여겼으며 서로에게 묘한 매력을 느껴[54] 서로를 갈망했으나, 서로의 내면을 이해하지 못한 아이러니한 관계였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가츠는 그리피스의 불안을 인지하지 못했고, 반면 그리피스는 가츠의 컴플렉스나 인정욕[55]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

 

최종목표

현재 시점까지 나온 그리피스의 행적을 보면 오리무중인 점이 하나가 있다. 그의 목적이 그의 왕국을 세우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그의 행적을 통해 정확히 나오지만, 정작 그가 왕국을 세운 뒤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지에 대해선 전혀 밝혀진 바가 없다. 왕국을 세우고 정상에 올라선 뒤 무엇을 할지 애매모호한 상태에서 고드 핸드인 페무토로 각성해버린다.

왕국을 세운다는 것은 일생을 바쳐도 이룩하기 힘든 업적이기에 그리피스의 목표가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지금 문제는 그가 고드 핸드라는 점이다. 게다가 그가 예언의 검은 매라는 점을 고려하면 목표 이후가 불투명한 셈. 왕국 건설을 한 뒤 진짜 인간처럼 선정을 할 것인지, 아니면 고드 핸드로 각성하여 자신이 세운 것을 부수려 할지, 아니면 고드 핸드가 왕으로 군림하는 지옥의 왕국으로 뒤바뀔 것인지 알 수가없다.

현재 그의 구도자로서의 행적을 보면 대단히 거시적인 관점에서 플랜을 세워[56] 왕국을 건설하고 있다. 단지 왕국만을 세우는 것이 목표였으면 정복 전쟁만 하면 되는 것이었지, 굳이 사람들의 환심을 살 필요는 없다. 이것은 자신이 진심으로 왕국을 운영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이해가 안되는 행보이다. 이를 볼 때 인간 시절 동료들을 바쳐서라도 이루고자 했던 나라를 만들고 지배하고자 하는 야망은 확실히 남아있는 듯.[57]

이에 대해 358화에 나온 '시금석' 을 단서로 해서 신을 뛰어넘는 존재가 되려고 준비하는게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는 사람도 있다. 작중 단행본에선 짤렸으나 연재판에선 분명히 나온 '신' 의 존재라던가 이미 인간을 초월하고 원하는대로 왕국도 꾸렸는데도 계속 뭔가를 하는 그리피스의 행적을 보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추측. 그리고 신이 되거나 신을 뛰어넘는다는 추측이 맞을 경우 팔코니아를 재건해놓고 계속 사람들을 모으고 하는 것도 (매의 단을 제물로 바칠 때처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대량의 산제물을 바치려고 저러는 것일지도 모른다.[58] 작중에서 유계에서의 힘은 "실세계에서의 영향력"에 비례한다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유계에서의 파워업을 위한 도구일 수도 있다.

이는 과거 그리피스가 갖혀있던 재생의 탑 스토리와 모즈구스의 대교구 이야기와도 연계되는데, 고드핸드 5멤버중 하나인 보이드가 인간이었을 당시 카이젤릭의 제국의 모든 인민을 제물로 바쳐 고드핸드 지위를 얻었을것으로 추측되는데, 제물로 바치는것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이라면, 결국 그리피스는 자신의 왕국을 정말 자신에게 '소중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갈고 닦고 있는 와중일수도 있다. 강철의 연금술사의 국토연성진과 같이 제물로 넣기만 하면 원하는게 뚝딱 나오는 편리한 방식으로 작동되는것이 아니기 때문.

 

그외

고드 핸드가 된 이후로는 독자들에게 까이기도 하지만 압도적인 비주얼이나 캐릭터성 덕인지 인기 자체가 확 추락한 건 아니다.[59] 음지에서 인기있는건 단연 가츠와 커플링이다.
가츠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인생 최대의 실책을 저지른 점과 이 점이 결국 그가 페무토로 되는 것까지 이어진 것 때문인지 간혹 '가츠가 그리피스 마음 알아줬으면 이럴 일 없었을텐데...'하고 안타까워하는 의견도 종종 보인다.[60] 그러나 진홍의 베헤리트가 그리피스에게 있었다는 점과, 잃어버려도 다시 그리피스에게 돌아왔다는 점을 연관지어서 이 작품의 주제중 하나인 인과율과 운명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결국 가츠와 그리피스와의 관계, 나아가 매의 단이 어떤 결말로 치닫게 될지는 예정되어 있던 셈이다. 결국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 정도가 그리피스의 일생을 짧막하게나마 요약할 수 있을듯. 갇혀있다가 투구만 쓰고 나온 모습과 그 때 가츠를 생각하며 한 발언[61]이 간간히 다른 작품에서 패러디되기도 한다.
본인의 정체가 묵시록에 나온 세상을 파멸시킬 존재(검은 매)라는 것과 세상에선 구세주와 좋은 왕을 연기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모티브는 요한묵시록에 등장한 두 짐승[62] 혹은 그 둘을 따가리로 둔 묵시록의 붉은 용일지도 모른다. 미남의 모습을 지니며 실체는 신적 존재고 악신 계통이나 좋은 인간 왕의 모습을 현세에서 보여주는 점에 있어서는 조로아스터교에 등장하는 악신 앙그라 마이뉴의 화신이었던 악룡 아지다하카가 모티브일 수도 있다.[63][64]
이 캐릭터의 직계조상격 캐릭터는 다름아닌 아스카 료. 주인공을 좋아함 + 주인공의 조력자에서 적대자로 포지션 전환 + 인외 속성 등등이 닮았다. 재미있게도 아스카 료는 금발인데 이쪽은 은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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