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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불감증

뤼케 2020. 8. 2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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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게이머즈의 특파원으로 있는 홍성보 기자가 예전 게임라인지에서 활동할 때 1998년 9월호의 게임라인 오리지널 코너에서 처음 언급하며 제창한 개념이다. 새로운 게임을 시작해도 중반을 넘어가기 전에 흥미를 잃어서 중도하차하거나 봉인해버리는 일이 반복되는 증상을 말한다. 물론, 게임 자체에 집중하는 일도 사라진다. 애초에 게임에 대한 흥미나 기대치가 사라지고 어떤 게임을 하던 다 고만고만하게 느끼거나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에 증상을 보이는 환자라면 백이면 백 누구나 다 "게임은 하고 싶은데 할 게임이 없다" 또는 "막상 하려고 맘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도 플레이 의욕이 사그라든다" 같은 고충을 토로하게 되는 무서운 증후군이다.

게임 중독의 좋은 반례라 할 수 있는데, 중독을 주장하는 사람은 '내성이 생겨서 만족을 못 하는 것이다!'란 주장을 할 수도 있지만 내성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내성은 더 많은 양을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지만 게임 불감증은 금방 질려서 오래 하지도 못하거니와, 더 오래 한다고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

 

문헌상의 기록에 따르면 처음 문서에 언급된 것은 앞서 이야기한 홍성보 기자의 게임라인지 기사로, 발기부전을 패러디한 〈게임불능 - 고개 숙인 손가락〉이라는 제목의 기획 페이지에서 시작했다. 너무나도 적절한 비유와 심도있는 분석이 많은 게이머들의 심금을 울리는 바람에 일회성 코너에서 등장하였지만 사장되지 않고 그 뒤로 국내의 비디오 게임 팬들에게 많이 퍼져 오늘날에 이르렀다.

콘솔 게임의 경우, 회의감을 느끼고 현자타임을 맞아 그동안 모아왔던 콘솔 기기와 타이틀을 같이 매각하는 등의 극단적인 증상을 보인다. 완전히 포기했다는 소리다. 다른 기기를 구매하는 건 별개인데다, 그렇게 컬렉션을 정리하고 새 출발을 마음먹어도 어차피 며칠 뒤면 반드시 후회가 찾아오게 되는 증후군이다. 한마디로 욕구와 흥미 사이의 괴리감에서 발생하는 정신적 해이다. 글로 써놔서 보면 웃기는 것 뿐이지 이 병의 무서움은 게이머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 ESD가 많이 보급되고 ESD에 대한 인식도 많이 늘어난 요즘에 와서는 PC 게이머들의 거듭된 논의 끝에 "게임을 구매(혹은 불법으로 구)해서 중반을 넘기지 않은 채 그만두고 다른 게임을 구매하여 플레이하나, 그 또한 클리어하지 않고 다른 게임을 구매하는 악순환을 거듭하며 클리어하지 않은 게임을 쌓아가는 증상"이라는 새로 정의도 추가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정의에 따르면 게임불감증은 특히 시간과 게임이 모두 남아도는 사람에게 몹시 잘 걸린다. 흔치는 않지만 반대로 일상생활에 너무나 지치고 피곤해져서 게임을 하고싶은 마음은 항상 있지만 막상 집에 오면 게임을 할 힘도 의욕도 다 잃는 사람도 있다. 이때 억지로 게임을 시작해도 별다른 흥을 느끼지 못한다.

 

증세와 배경

게임이 하고 싶은데 재미가 없다.

이런 게임 불감증은 플레이스테이션/세가 새턴 세대에 처음 그 증상이 나타났다. 그 원인은 소위 말하는 '고퀄리티 게임'이 늘어나고, 사서든 복사해서든 그걸 해본 플레이어들의 눈은 높아지는데, 정품보다 훨씬 싼 복제판 소프트웨어/CD가 범람해서 게임 구하기까지 쉬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1]

그 이전 시절에는 '게임' 자체를 쉽게 접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예를 들어 슈퍼패미콤의 스트리트 파이터2만 해도 당시 10만원을 호가했는데, 지금 10만원도 만만치 않은데 그 당시 10만원이었으니 물가를 고려하면 게임팩 사려고 아침 일찍 신문배달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즉, 게임 하나하나가 상당히 희귀하고 값진 시절이었다. 한판 해보고 재미없다고 팽개친다? 그럴 수 없었다. 과거 생일이나 졸업식 등 특별한 날에 짜장면이 인기메뉴로서 '짜장면 한그릇'이 귀하던 시절, 지오디의 노래 가사에는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며 자기에게 그 '귀한' 짜장면을 양보했다고 감동받았는데, 짜장면이 넘쳐나 흔해빠진 지금 그 당시 짜장면보다 훨씬 다양하고 맛있는 짜장면이 나왔지만 큰 감흥이 없는 '짜장면 불감증'에 걸린 것과 같다.

사실 게임팩값이 어마무시하던 시절에도 금수저 아이들은 팩을 쌓아두고 재미없다고 한탄하기도 했었는데, '배부른 투정'처럼 소수의 한탄이었으니 일반적은 아니었다. 게임팩은 특성상 복제팩도 가격이 비쌌다. 하지만 게임팩이 복제가 쉬운 게임CD로 바뀌면서 플레이스테이션/세가새턴 불법복제 CD가 테크노마트 등지에서 새 제품이 5천원이었고 게이머들간에 중고거래는 훨씬 더 쌌기에 드디어 서민 게이머들도 '배부른 투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그 시절엔 플레이스테이션이 정발되기 전이라 단속 무법지대여서 정식 게임매장에서 대놓고 팔아 불법이라는 인식도 희박했기에 10만원에서 5천원으로 대폭 낮아진 가치만큼 게임의 희소성이 대폭 떨어졌다. 가격이 오를수록 더 갖고 싶어하는 ‘베블런 효과’를 떠올려 보자.#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갑자가 폭발하면서 ‘보복소비’ 현상이 생겨났듯, 과거 어마무시한 게임팩값에 차마 게임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며 '그림의 떡'처럼 손가락만 빨며 게임에 대한 욕구를 억눌러왔던 게이머들은 리미터가 해제되자 '보상심리'로 본인의 욕구보다 더 오버해서 하기 시작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샌다'고 미친 듯이 마구 게임을 접하다보니 슬슬 '배부른 투정' 현상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배 터지게 고기 먹은 사람 앞에다 또 고기 내미는 것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다. 웬만한 고기는 성에도 안 차고 배가 꺼져도 당분간 고기는 별로 먹기가 싫어진다. 근데 또 준 고기 안 먹자니 그건 그것대로 좀 아쉽고... 근데 배는 부르고... 그렇기에 또한 게임불감증은 미연시에서 로그라이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게임 장르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기 마련이다.

한국인들은 '불고기 불감증'을 보인다. 북한에서는 불고기가 배급으로 나오자 "아! 불고기~"라며 눈물로 감탄하지만, 한국에서는 노숙자들도 무료급식소에서 '쌀밥에 고깃국' 먹고 음식 남기니, 거지들도 불고기 먹으며 눈물 흘리지 않는다. 결국 음식이 풍족해진 시대엔 감흥이 떨어지는게 당연하듯, 게임이 풍족한 시대에 게임에 대한 감흥이 떨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불고기 먹고 눈물 흘리는 것도 한두번이지, 매일 먹는데 매일 눈물이 나겠는가.

 

1990년작 머털도사와 또매 43분 30초에 오락실에서 벽돌깨기를 하며 재밌다고 즐거워한다. 요괴가 또매에게 허름한 누덕산 제일봉을 최신식 건물로 리모델링 시켜주는데, 한층은 호화 목욕탕, 한층이 오락실이다. 자신만의 오락실을 갖게 된 또매가 만족해하는데, 당시 '오락실 키즈'들의 마음이 그리하였기에 '가정용 게임기'가 등장하였으며, 특히 오락실 기판을 그대로 옮긴 수준의 네오지오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게임이 희귀하던 그 시절엔 오락실이 지상락원처럼 느껴졌기에 지금도 아재들 중에는 당시 오락기통을 갖고 싶었던 간절한 욕구로 인해 거추장스러운 문방구 게임기를 사다 놓을 정도. 물론 굶어죽던 시절에 쌀밥에 고깃국이 지상락원의 잣대였지만, 음식물이 넘쳐나다 못해 유통기한 하루만 지나도 포장도 뜯지 않은 채 폐기되는 음식물 쓰레기가 문제인 현대에는 감흥이 떨어진 것처럼, 게임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으로 오락실 게임 수백개 굴리는 시대이니 또매와 같은 감흥을 보이진 않는다.

'식욕없는 식사'와 같은 증세를 보이는데 썩어도 준치라고 아무리 질렸다 해도 아예 손절하기보다는, 과거에 비해 흥미가 많이 떨어졌어도 조금씩은 하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열정적인 감정은 많이 식은 채 안하면 또 왠지 허전하여 '습관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 뜨겁게 불타오르며 밤을 새워가며 하던 때에 비해선 의욕과 감흥이 확실히 많이 식은 채로 무의미하게 습관적으로 하곤 한다. 이것은 사실 '영화 마니아'나 '소설 마니아'들에게도 다 해당되는 사안이다. 결국 게임도 하나의 취미인지라 많이 하다보면 점차 흥미가 떨어지고 질리는 것은 필연에 가깝다. 컬트적인 인기를 모았던 기묘한 이야기도 처음에는 파격적인 소재와 충격적인 반전 등으로 화제였으나, 점차 내성이 생겨 어지간한 반전으로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고 차츰 소재 고갈이 되며 거품이 빠지듯이, 게임도 기존 장르란 틀에서 대개 비슷비슷한 소재와 구성,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보니 점차 물리는 것이다.

번아웃 증후군처럼 원래 완전 쥐어짜듯 모든 걸 내던져 하다보면, 성취 후에는 물려버려 엄두가 나지 않기도 한다. 90년대 오락실 게임처럼 직관적으로 한두판 해보면 쉽게 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은 고전게임과는 달리, 현대의 게임은 정말 엄청나게 복잡하여 많은 시간과 관심을 할애하지 않으면 제대로 즐길 수 없다. 따라서 아무리 백수라도 이전 게임에 번아웃했던 경험이 있다면, 왠지 새로운 게임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습관적으로 한두판 해보지만 과거처럼 번아웃할 엄두가 나지 않아 왠지 꺼려지고 흥미도 떨어져 도중에 포기하는 일이 많다. 하물며 직장이나 애인 등 새로운 관심사가 생겨난다면, 그냥 스마트폰으로 오락실 고전게임이나 간단한 캐쥬얼 게임 한두판 하는 수준으로 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기도 한다.

게임 불감증의 증세는 게임 자체의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기에 게임 중독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면이 있다. 과거 오락실 게임에서는 '엔딩'이란게 존재하여, 아무리 불태웠던 게임도 결국 엔딩을 보게 되면 '번아웃 증후군'처럼 뒤도 안돌아보고 외면해버기리도 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에서 중독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가상의 커뮤니티'에 가깝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에 보면 하루 왠종일 들여다보며 댓글 달고 글쓰고 상주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또 이런 사람들은 그곳의 '터줏대감'처럼 네임드가 되고 추종자가 생기는데, 이 맛에 중독되면 수시로 들여다보게 되고 잠시라도 안보면 불안해진다. 그런데 온라인 게임은 한술 더떠 아예 '가상의 캐릭터'로서 존재하여 네임드가 되면 영웅 수준의 용사로 추앙받으니 이 맛에 빠지면 "내가 게임을 하고 싶어서 그랬겠어? 게임 안에 사람들이 있잖아!"처럼 된다. 반면, 게임 컨텐츠 자체의 재미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온라인 게임에서 제공하는 컨텐츠의 재미를 어느 정도 다 체험해봤다고 생각하면 흥미가 떨어져 그만두게 되고, 많은 게임을 접할 수록 흥미가 더 빨리 떨어지게 된다.

게임불감증의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게임 마니아'들이란 특징을 보인다. 일반 사람들은 게임에 흥미를 잃으면 아예 쳐다도 보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흥미로운 영화가 개봉되면 몇번 보다가, 흥미를 잃으면 또 한동안 미련없이 외면해버리듯 말이다. 반면 '영화 마니아'들도, '요새 영화들 다 비슷비슷하다'고 한탄하면서도 새로운 영화가 개봉되면 빠짐없이 다 훑어본다. 개봉된 영화들이 내키진 않아도 또 안보면 궁금하고 허전하기 때문에 마치 '중독'처럼 한탄하면서도 본다는 것이다. 썩어도 준치라고, 본인이 게임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성향이라면 아무리 흥미를 잃어도 '재미없다'고 한탄하면서까지도 계속 습관적으로 하는 증세를 보인다.

 

원인

많은 원인이 있다하지만 증상의 명칭대로 근본적 원인은 흥미와 쾌감을 잃어버리는것이다. 흥미라는 정신적 패러다임은 어느 요소에 익숙해지거나 노출이 많아지면 줄어들게 되어있다. 쾌감역시 반복되면 반감된다. 결혼 상담가들도 건강한 결혼 생활을 위하여 자꾸 새로운것을 추구하라고 하는데는 그만한 심리적 요소가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것에 반응하고 즐거워 하는 호기심을 동물인 인간은 익숙해지면 편안해 하지만 그만큼 흥미는 반감된다. 게임이 질리는 이유는 컨텐츠의 소모가 빠르기 때문이고 광범위하게 잡는다면 컨텐츠의 획일화도 한몫을 한다. 게임 방식, 스토리, 레벨구성, 음악, 그래픽 등등 돈될만한 요소들은 획일화가 되어간다. 고전게임부터 AAA까지 게임산업은 태동기부터 매출이라는 강려크한 주축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그렇기에 많은 게임들이 공유하는 요소들이 많고 이는 유사 컨텐츠의 소모와 획일화로 이어진다. 후술할 게임이 많다는 이유도 개체수의 확장이 유사 컨텐츠의 고갈을 촉진시킨것이다. 예로 앤섬 출시전 많은이들이 뛰어난 그래픽과 뭔가 다른것 같은 세계관과 게임성에 주목했었지만, 출시후 상당수의 유저가 Destiny 와 Apex Legends를 비교하며 이미 유사한 컨텐츠에 대하여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나의 게임이 그 독특한 컨텐츠로 성공을 거두고 나면 많은 아류작이 나오고 유사 컨텐츠를 포화 하여 유저들은 흥미를 잃게 된다.

흥미와 쾌감은 사람의 나이와도 밀접한 과계를 갖는데 경험과 흥미는 보편적으로 반비례 하기 때문이다. 경험은 어찌보면 흥미로 시작한 행위의 결과인데 결과물을 축적하면 할수록 흥미의 가능성이 있는 범위가 줄어드는것이다. [2] 10년을 일인칭 슈터를 해온 유저에게 아무리 새로운 일인칭 슈터를 준다한들 상당 컨텐츠는 이미 비슷한 경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둠(2016) 출시 때에도 무언가 새로운것이 나왔다고 좋아한 유저들보다는 "아 옛날 생각 나네"라는 유저들에게 일부 추억팔이식 게임성을 선사한 바가 있다.

또한 나이와 함께 뇌기능과 신체기능이 저하되고 사회적 위치 변화로 인해 시간할애의 여부가 바뀜에 따라 '관심사' 자체의 변화가 생긴다.[3] 관심사의 변화는 호기심의 변화이다. 이것은 지극히 자연적인 것으로 일부러 고치려 할 필요는 없는것이다.

 

게임 너무 많다 

가장 많은 첫번째의 경우는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이 너무 많기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나 대한민국은 뛰어난 IT인프라로 인해 이런 불감증 환자(?)들이 많다. 더불어 할일없는 백수나 시간 낭비가 종특인 대학생들이 딱 걸리기 좋다. 반대로 공부나 일하기 바쁜 사람들은, 게임이 많아도 마구 할 시간이 없으므로 아예 게임을 한두 개만 한다.

복제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온라인 게임도 사정은 마찬가지. 죄다 비슷비슷한 것도 한몫했고, 하루가 멀다하고 오픈광고를 때려서 역시 불감증을 느끼기 쉽다. 이 사정을 오베족 항목에 상세히 기록했다. 게다가 오베족이 어느 정도 사라진 이후로도 불필요하게 캐시템을 남발하고 사행성 아이템까지 발매하는 등 현질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게 만드는 게임구조가 굳어서, 결국 게임규제까지 불렀다. 전형적인 자업자득인 셈.

다운로드 형식의 패키지 판매가 정착됨에 따라 여러 게임을 다운로드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안 하는 경우도 있다. 스팀에서 세일할 때마다 "어머! 저건! 사야해~"를 외치다 게임만 늘어가고 하기는 귀찮아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 다운로드가 편한 모바일 게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리즈 게임을 세트로 사서 다 해야 할 것 같은데 특정 작품이 쓰레기 게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나만 너무 한 나머지 게임이 질리고 흥미가 없다.

 

자연적 원인

두번째 원인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결국 흥미를 잃게 되는 것도 있다. 골수 게이머들은 '난 평생 게임할 거다'라고 호언장담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잘 안된다. 사람의 흥미나 취미는 영구불변하는게 아니라 세월이 지나며 서서히 바뀌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거엔 미치도록 좋아했어도 지금은 흥미를 잃거나 오히려 싫어하게 되는 일도 왕왕 일어난다. 물론 어렸을때의 취미를 어른이 되어서도 끝까지 이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흥미를 잃고 다른 관심사에 눈을 돌리게 되는게 보통이다. 이런 정신적인 면이 아니더라도 체력적으로 볼때도 직업이나 가정 문제로 게임할 시간 자체가 줄어들고, 나이가 들어서 신체가 쇠약해지고 체력이 감소하면 게임으로 밤을 지새울 열정도 자연히 줄어든다. 게임은 정신력와 집중력이 상당히 많이 필요한 활동이며, 특히 반사신경이 중요한 액션 계통의 게임은 육체적으로 한창이던 10대, 20대 초반을 지나면 능력이 빠르게 저하하면서 적응하기 어려워진다. 만 25세만 되도 그게 심해진다. 그러다 보니 심할 때에는 수십 년간 모은 특정 장르 게임 수집본을 하루아침에 내가 대체 이걸 왜 모은 거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분리수거 쓰레기통에 처박기도 한다

 

기타 원인

자유도가 높을수록, 샌드박스 형식에 가까울수록 불감증 걸리기 쉽다. 스카이림, 심즈가 그 예. 모드가 재밌어 보이길래 깔았으나, 막상 게임 플레이 해보면 몇 번 안 해보고 지우기도 한다. 새로 나온 모드 찾아보거나 관련 영상 찾아보는 게 게임 자체보다 더 호기심를 유발한다.

무작정 치트나 에디팅을 남발하는 것도 불감증의 원인이다. 이 경우 중간중간의 자연스러운 업그레이드에 따른 성취감이 없어지게 되는데다, 게임을 개발할 때 염두에 두었던 게임디자인이 완전히 흐트러지는지라 재미요소의 큰 부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슈로대에서, 주인공이 1화부터 2회 이동하면서 축퇴포를 날려대는 네오그랑존을 몬다고 생각해보라

국방부 퀘스트에서 계급 올라가는게 낙이듯 레벨 업은 모든 게임에서 중요한 동기부여와 목표이자 쾌감과 만족의 요소이다. 그 지겨운 레벨 노가다를 하는 것도, 레벨업이 되면 그만큼의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갭 모에처럼 자신이 적응된 환경과의 '갭'에 따라 심리가 결정되는데, 지겨운 레벨 노가다 끝에 레벨업하여 이전에 무서웠던 몬스터들을 압도적으로 박살낼 때의 쾌감은 겪어본 자만이 안다. 드래곤볼은 이런 재미를 극대화한 작품이다. 주인공들이 상대도 안되던 무서운 악당을, 수련 끝에 강해져 압도적으로 가지고 놀며 박살내는 것은 상당히 짜릿한 재미를 준다. 하지만 만약 손오공이 처음부터 초사이어인3이었다면 재미가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수왕기에서는 평범한 주인공이 파워업 아이템을 하나 먹으면 몸짱이 되고, 두개를 먹으면 보디빌더 수준의 근육돼지로 벌크업되며 파워가 상승하고, 세개를 먹으면 늑대인간으로 변신하여 다 쓸어버린다. 특히 이때 음악도 화끈한 음악으로 바뀌며 모조리 쓸어버리는 쾌감을 안겨버리는데, 만약 처음부터 변신한 상태로 나온다면 그냥 의미없는 버튼노가다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고전 에뮬레이터 게임 커뮤니티에 가보면, 치트키는 사용을 자제하라고 주의시킨다. 게임 불감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코인 러시로 엔딩을 보고 나면, 거의 안하게 된다. 그래서 해결책으로 원코인 제한을 제시한다. 즉, 스스로에게 과거 오락실처럼 '딱 한판'만 허용함으로써, 본인의 실력향상을 토대로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첫판도 못깨던 본인의 실력이 두판,세판 향상될 수록 '성장하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 과거 오락실 시대에는 '고수'들의 플레이를 구경하기가 어려웠기에 막히던 부분에서 계속 막히며 극복하지 못하고 끝나기도 했다. 당시 오락실 고수들 중에서는 자신만의 공략비법을 특급비밀처럼 감추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유튜브를 통해 고수의 플레이를 볼 수 있는 시절이다. 일종의 '공략집'인 셈인데, 물론 처음부터 다 보면 재미없으니, 일단 본인의 실력으로 극복하도록 노력해보고, 안되면 고수의 플레이를 참고하여 '요령'이나 '꼼수' 등 공략법을 터득하여 조금씩 원코인으로 갈 수 있는 세상을 넓혀간다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스스로 통제하지 않고, 그냥 코인러시나 치트키로 쓸어버리면 순간의 짜릿함은 있으나, 곧 안하게 된다.

물론 치트키가 상황에 따라서는 게임 불감증을 완화시켜주는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동안 뜨겁게 불태운 끝에 '원코인' 엔딩을 보면, 번아웃 증후군처럼 급격히 식어 외면해버릴 수도 있다. 이때 치트키는 게임의 수명을 연장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전에 정말 어렵거나 짜증나던 부분을 그냥 막 쉽게 깨버리고, 이렇게 매트릭스처럼 좌지우지하는 절대자의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반면, 처음부터 치트키에 의존하는 습관은 정말 안좋은데, 경로의존성으로 인해 치트키로 시작했던 게임은 치트키가 당연하게 느껴지니 굳이 노력해서 극복하고 이런 것 자체를 귀찮게 여겨 치트키 의존도가 높아져 정상적 플레이를 하면 헛고생 같아서 꺼리게 되므로 점차 갈등없는 드라마처럼 시시해진다. 본인이 죽어도 보고, 짜증도 내보고, 이런 과정을 극복하며 죽을 뻔한 위기에서 드라마틱하게 역전을 하여 보스를 깬다든지 이런 희열이 게임의 재미인데, 그냥 처음부터 무적모드로 '양민학살'하듯 다 쓸어버리면 점차 의미없는 노가다처럼 느껴져 게임에 대한 흥미를 급격히 잃을 위험이 있다. 게임에서 '난이도 조절'이 왜 중요한지 떠올려 보자.

게임이 지나치게 어려워도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크로스 엣지가 대표적인 예. 던파나 마영전을 예로 들면, 아직 할 컨텐츠가 많이 있어도, 중반부터 노가다를 너무 요구하다보니 지겨워져서 게임을 안 하게 된다. 신규 컨텐츠 생겼다는 광고를 듣고 복귀 유저가 되어도, 예전에 돌았던 똑같은 던전을 노가다 해야하는 건 다름이 없다.

실제 마계촌 같은 극악한 난이도의 게임을 처음부터 '원코인 엔딩'이란 목표로 잡으면, 그냥 초반에 짜증내고 때려치기 십상이다. 자신의 수준에 맞게 '원코인 첫판깨기' '원코인 둘째판'처럼 현실적인 목표로 정하면 되고, 어차피 과거 오락실에서 꼭 엔딩을 봐야만 재밌는 것은 아니기에 한두판만 원코인으로 달성해도 충분히 만족감을 얻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달을 목표로 하면 산은 간다'는 말처럼, 원코인으로 3라운드 정도 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1라운드 보스 정도는 쉽게 깨는 수준으로 성장하니 원코인으로 갈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다는 것은 성장하는 재미를 준다. 내 실력이 성장한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달을 목표로 하면 산은 간다'지만, 여기서 달이란 목표가 본인이 느끼기에 '어느 정도 노력하면 달성가능한 수준'이 아니라 '터무니없는 목표'로 느껴지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을 수 있으니, 목표 설정을 본인 수준에 맞춰 탄력적으로 잘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멀티플레이 게임중 팀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에서는 혼자하면 재미없고 같이해야만 재밌는 경우가 생긴다. 이 경우에는 같이하면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만, 게임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게임을 하기가 싫어지고 재미가 감소되어서 안하게 되버린다.

의외로,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나무위키의 이 문서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무슨 게임 하나 시작했다 하면 우선 여기 들어와서 위키질부터 하며 공략을 찾고, 정작 정보를 다 모은 후에는 스포당해서 재미없다던가 하는 이유로 때려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혹은 게임만 검색하려 접속했다가 그만 게임할 시간마저 위키질로 날려버리는 경우도 아주 높은 확률로 일어난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주변 인물들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 만으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장르 고집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국산 MMORPG를 재미있게 한 유저는 새로운 국산 MMORPG 게임을 찾는다. 다른 장르는 꺼리는 습성이 있다. 똑같은 자극만 받게 되니 지루해지는 건 당연하다.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걸릴 수도 있으며 명작 게임만 골라서 하다보니까 다른 게임이 눈에 안 차기도 할 때는 그냥 신작을 기다리면서 게임 말고 다른 일을 해보자.

의외로 막장제조 게임에서 불감증이 발생하기도 쉽다. 막장제조 게임들의 대부분[4]은 플레이타임이 오래 걸리거나 다음 턴을 하게끔 유도하는 중독성 있는 턴제 게임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플레이를 하다가 어느 순간 빌드나 플레이가 꼬인다던가 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이걸 수습하기가 굉장히 막막해진다. 이걸 수습하거나 다시 플레이할 바[5]에는 그냥 오늘은 게임을 그만 하는게 낫겠다 싶어지기 쉽고, 그대로 게임을 종료하면 한동안은 아무리 막장제조 게임이라도 손이 안 가게 된다. 또는 플레이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더라도 어느 순간 반복플레이에 회의감을 느끼는 순간 타임머신으로 느껴지던 게임은 비슷비슷한 플레이를 반복하는 일처럼 느껴지게 되고 마찬가지로 게임 불감증을 유발한다..

 

해결법

병이 아니기때문에게임 불감증의 해결법은 딱히 없지만, 며칠간 컴퓨터/게임기를 끄고 다른 흥밋거리 찾아 놀다가 끌리는 게임 타이틀을 차분하게 조금씩 플레이하고 다시 며칠간 컴퓨터/게임기를 안 하는 방법이 잘 통한다는 게 중론. 물론 아주 부유해서(…) 그렇게 쌓아둔 게임이 많다면 소프트웨어 정리 → 하고 싶은 게임 하나를 정석대로 공략 → 언인스톨 및 휴식 → 다음 게임 플레이'의 코스를 반복하면 된다. 때때로 고전게임이나 시리어스 게임, 쓰레기 게임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소 어려운 명작 게임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실 게임이 갈수록 더 많은 제작비를 들이고 있고 그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해 더 넓은 유저층을 타겟으로 하는 게 사실이다. 그 결과로 비주얼은 화려해졌지만 난이도 자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해야하므로 제작비가 적을 때보다 더 낮아졌다. 일반 유저에겐 화려한 비주얼과 스케일 때문에 좋아 보일지 몰라도 하드코어 게이머에게는 도전심을 불러일으키지는 요소가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다크소울1 같은 명작을 하다보면 마음이 정화되고 게임을 하고 싶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혼자 게임하는 게 지겨울 때엔 친구, 가족, 지인 등 마음 맞는 사람들과 보드 게임, 당구, 볼링 등 오프라인 게임을 하거나 PC방에서 같이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온라인 게임의 경우 누군가와 오프라인 게임을 하다 보면 온라인 게임에 대한 지겨움에 의외로 효과가 좋다.

MMORPG의 경우 플레이해도 아무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면 이미 폐인 상태를 넘어섰거나 게임 자체가 막장으로 치달아 있다고 봐도 된다. 굳이 MMORPG가 아니더라도 운영에서 병크가 터지는 등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문제가 발생했다면 사정은 마찬가지.

그리고 좋은 방법 중 또 하나는 에디터를 만들어서 모드질을 하는거다. 멀티 플레이 게임보다는 싱글 플레이의 경우가 모드질의 범위가 넓은데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새로운 게임이 되는 경지에 이를 수 있다. 모드질이 많은 게임으로는 폴아웃 시리즈, 하프라이프, 엘더 스크롤 등이 있으며 이중 특히 하프라이프의 경우 수많은 폐인들의 힘으로 카운터 스트라이크, 시벌리, 기타 등등의 수많은 스팀게임을 만들어 내었다. 특히 스타크래프트 처럼 처음부터 에디터를 제공하는 게임이나 마인크래프트 같은 샌드박스 게임이 이런 면에 매우 강하다. 모드 유통사이트의 경우 넥서스모드가 유명하다.

사실 게임불감증이고 뭐고 게임도 취미인 만큼, 질리는 게 당연하다. 취미가 게임이 아니어도 등산이거나 요리이거나 독서래도, 매일 그걸 몇 시간씩 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질리는 시기가 온다. 그러니, 너무 게임에만 집착하지 말고 다른 활동도 해봐야 한다. 특히, 나이를 먹으면 자기도 모르게 성향이나 관심사가 조금씩 달라진다. 마음은 이미 떠났는데 억지로 하던 게임에 집착하려 하면 스트레스만 더 받는다.

영어를 배워서 한글화가 안 된 명작을 해보는 방법도 있다. 좀 어렵기는 하지만 느긋한 페이스의 영어권 게임을 하면서 영어를 배워보는 것도 좋다. 물론 스압이 있을 정도의 대화창만 가득한 게임은 조금 무리가 있고 영어 난이도가 쉬운 게임부터 해보자. 같은 맥락에서 일본어도 마찬가지.

전혀 익숙하지 않은 장르를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액션 블록버스터 게임에 질렸다면 인디 어드벤쳐나 2D 도트풍의 고전스러운 게임을 해보는것도 새로운 흥미를 줄수 있다.

아니면 게임을 다르게 즐겨보도록 하자. 자신에게 회복 금지, 탈 것 금지, 레벨 업 금지 등 꿈의 플레이 이상하게도 재미있어 지는 경우가 있다. 대전 게임에서 춤추기, 적군과 친구맺기, 자신의 기지 부수기, 약한 공격만 해서 도발하기, 못 하는 척하다 후반에 캐리하기, 이상한 코스튬 입기 같은 트롤링을 하는 것도 의외로 흥겨워서 멘탈을 추스리기 좋다. 본 위키는 해당 행동에 따르는 결과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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